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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rius | 2009/02/19 13:57

서울대홈페이지에 소개된 인턴일기

서울대홈페이지에 소개된 인턴일기 바로가기



200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홍순범 동문(정신과 전문의)은 1년간의 인턴 수련기간 동안 겪은 일을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그렇게 얻어진 15권의 수첩을 바탕으로 탄생한 「인턴일기」.
 
레지던트가 되기 전 ‘인턴’이라는 지독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일반인들도 알고 있다. 「인턴일기」에는 8천여 시간 동안 병원의 각 과를 경험하며 치루게 되는 초보 의사의 ‘생존투쟁’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홍 동문은 긴박한 병원에서의 일상을 진지하면서도 일면 엉뚱하고 유머러스한 기질을 살려 재미있게 그려냈다.

- 2부 안과, ‘흡혈귀의 본능’ 中 -


안과로 첫 배정을 받은 홍 동문. 출근 첫날 바로 인턴 당직 일정을 짜게 된다.

인턴이 둘 뿐이니 서로 번갈아 당직을 서면 됐다. 일명 ‘퐁당퐁당’이다. ‘퐁’은 당직이 아닌 날,
‘당’은 당직인 날. 그래서 ‘퐁당퐁당’이면 이틀에 한번 당직, ‘퐁퐁당’이면 3일에 한번 당직이다. 만약 ‘풀full당’이면 매일
당직이다.


식사 주문은 당연히 인턴의 몫이다. 그래서 인턴은 병원 주변의 식당
목록을 항상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어느 날 홍 동문은 중국집에 주문을 한다. 밥 위주로 골고루. 탄산음료와 서비스 만두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주문을 마치고 받아든 전화 한통. 자장면 하나를 추가해 달라는 어느 선생님의 부탁이었다. 통화를 마치고 추가 주문을 하고 난 순간.

병동에서 일하던 선생님들의 분위기가 서늘해져 있었다. 잠시 후 1년차 레지던트가 다가와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절대로 면을 시키면 안 돼.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늦게 끝나면 퉁퉁 불은 면을 먹어야 되니까. 어느 외과에선 레지던트가 자장면을 인턴 얼굴에 처박은 적도 있어.”

- 3부 소아 흉부외과(중환자실), ‘초심자의 마음 단련’ 中
-


쉼 없이 돌아가는 병원에서 한밤중 출출한
증상을 호소하는 레지던트를 위해 인턴은 야식을 처방해야 한다.

인턴 하다가 그만두면 병원 근처에 야식집 차려도 좋을 것 같다. 일반 외과는 순대 정식, 흉부 외과는
염통 정식, 정형외과는 족발 정식 등으로 전문성을 살려서....


소아 응급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는 급박한 순간. 레지던트 3년차
선배가 침대 위에 올라타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홍 동문은 침대를 움켜쥐고 사람들에게 비키라고 소리치며 승강기를 향해 복도를 돌진한다. 홍 동문이 중환자실 문을 온몸으로 박차고 들어가 환자를 침대에 옮기자마자 간호사들이 덮친다.

비슷한 광경을 학생 실습 때 목격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받은 인상은, 굶주린 도적 떼가 슈퍼마켓
카트를 밀고 필사적으로 도주하다가 커브길을 돌자마자 서로 장물을 차지하려고 게걸스레 달려드는 광경이었다.


홍 동문은 학생 때엔 아이들에게 정맥주사를 놓는다는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났다고 한다. 그 탓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걸 해내는 선생님들이 비인간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턴이 되어 매일 몇 차례씩 혈관에 주사바늘을 꽂게 되자...

말로만 듣던 인턴의 직업병 증상. 사람을 보면 팔과 손의 혈관 상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동적으로 그랬다. 환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저 교수님 혈관 좋으시네.’ 입맛을 다시게 되고 주사바늘을 꽂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흡혈귀가 되고 있었다.

더 황당한 일도 있다. 마땅한 혈관이 없는 환자를 한참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갑자기 굵고 싱싱한 혈관이 눈에 들어왔다. 정신이 퍼득 들었다. ‘아니, 이런 혈관을 내가 왜 아직까지 못보고 있었던 거지?’ 달려드는 순간, 그것은 환자를 만지고 있는 내 팔과 손의 혈관이었다.

- 4부 내과(중환자실), ‘무협선수의 탄생’ 中 -


응급상황이 뻥뻥 터지는 전쟁터에서 흰 가운을 펄럭이며 환자들 사이를 누비며 혈관 속으로 바늘을 찔러대는 의사들 틈에서 전쟁영웅으로 부상한 홍 동문의 에피소드

긴급한 A-line 삽입은 으레 내 몫이었다.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줄줄이 실패한 상황. 뛰지 않는
맥박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해 A-line을 잡아낸다. 간호사들이 농담조로 “A-line의 황제”라는 별명을 짓기도 했다.

* A-line : 매번 주사바늘을 찌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환자의 혈압을 감시하기 위해 동맥에 삽입하는 장치

- 6부 제주의료원 파견 ‘월든에서 명상하기’ 中 -

술에 곤죽이 되어 모르는 사람들에 이끌려 응급실에 온 한 남자. 응급실 바닥에 왕창
구토하는 바람에 그에게 환자복을 갈아입힌다. 5시간여 후 그 남자는 깨끗하게 세탁된 자신의 옷을 입고 나간다. 그런데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온 남자.

방금 나갔던 알코올 의존 아저씨가 응급실로 돌아왔다. 주머니에 있던 것 돌려달라고 요구. 원래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하자 순순히 돌아나갔다. 또다시 왔다. 구급차를 불러달란다. 왜? 어디 좀 가려는데 돈 없어서 구급차 타고 가려고.

글자색 부분은 「인턴일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2009. 1. 12
서울대학교 홍보부

by aquarius | 2009/01/12 14:13 | 기본 | 트랙백(1) | 덧글(0)

주간조선에 소개된 인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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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턴일기’ 펴낸 의사 홍순범

초보 의사 시절의 좌충우돌 생존기“의사들에 대한 편견 벗기고 싶어”




▲ photo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의사들에 대한 비난을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의대생일 때는 ‘세상 사람들은 의사를 참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죠. 이런 비난에 의사들은 대부분 방어적으로 대응합니다. 하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 진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미화하거나 폄하하고 싶지
않았어요. 인턴 시절의 일기를 엮어 책으로 낸 이유 역시 일반인과 의사의 중간자인 인턴의 눈으로 남긴 기록이 객관적일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최근 인턴 의사의 눈물과 웃음이 고스란히 담긴 ‘리얼 메디컬 드라마’가 출판됐다. 저자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정신과 전문의 홍순범(35)씨다. 지난 12월 27일 그를 만났다. “자연스럽고 진솔한 의사의 일상을 책 속에 담고 싶었다”는 욕심처럼, 그는
희끗희끗한 새치를 감추지 않은 모습으로 주간조선 편집실에 들어섰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책을 쓰게 된 이유부터 설명했다.

“인턴
초기에 제주의료원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 일입니다. 심한 구토 증상을 보이던 아이가 간단한 치료를 받고 돌아갔어요. 하지만 며칠 후 증세가 심해져
장중첩증(장이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증상)으로 수술까지 받게 됐습니다. 부모는 저에게 책임을 물으러 찾아왔어요. 저의 오진은 아니었지만 언성을
높이는 부모 때문에 덜컥 겁이 났죠. 하지만 무엇보다 저와 인연이 닿았던 아이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에 무조건 ‘죄송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아주 곤란했다”면서 “이 일을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의사는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충분히 설명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환자는 의사의 지침에 열린 마음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 바로 ‘의사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알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누구보다 바쁜 의사가 323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당직과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인턴기간 동안에도 틈틈이
메모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진 때 선생님들이 우르르 나가면 맨 뒤에서 따라가면서 휘갈겨서라도 쓰는 식으로 메모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소한 사건도 빠짐없이 기록한 덕분에 인턴기간 동안 사용한 수첩만 15권에 이른다. 책에서 소개한 그의 메모에는 ‘1시30분 이마 찢어진 아기,
성형외과 과장님이 직접 꿰매. 1시35분 병동 담당 인턴에게 식사 교대 부탁, 친구가 잠시 응급실 맡아야 밥 먹을 수 있어’라는 내용이
있다.

홍씨가 이렇게 꼼꼼하게 메모했던 이유는 리얼리티(Reality·사실성)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의과대학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이 선택하는 과, 그리고 의사들은 마치 푸른 피가 흐를 것 같은 냉혈한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다. 철옹성처럼 둘러싼
편견의 벽을 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실적 묘사가 중요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래 수술실 안에 있다 보면 방광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넌 아무래도 수술하지 않는 과를 가야겠다.” 후배 하나가 자꾸 화장실을 들락거리자 선배가 놀리며 한
얘기였다. 훌륭한 외과의가 갖추어야 하는 자질에는 무한한 방광 용적도 포함되는 것이리라.’







‘우선 첫 시간은 채혈 실습이었다. 두 명씩 짝을 이루어 주사기로 피를 뽑았다. (중략) 물론 이것도 학생 시절에 처음 시도했을 때는 무척 난감했었다. 당시에는 친구의 양팔에 주삿바늘로 북두칠성을 수놓고도 결국 채혈에 실패하곤 했었다.’  - ‘인턴, 잔치는 시작이다’ 중
 
이처럼 ‘훌륭한 외과의는 무한한 방광 용적을 가져야 한다’거나 ‘채혈하다 북두칠성으로 수놓았다’는 표현은 독자를 웃음 짓게 만든다. 얼음처럼 차가운 의사의 이미지를 유머로 녹이는 것이다. 홍씨는 “내가 봐도 의사는 차가운 느낌”이라면서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다 보니 차가운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돌처럼 굳어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털어놓으며 일화를 소개했다.

“인턴 초반에 소아 중환자실에 투입됐습니다. 목 아래부터 명치까지 굵은 튜브를 꽂고 누운 아이들이 괴로운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죠. 그 광경을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아마 지옥을 상상해 본다면 이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의사들이 환자를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통을 가하는데 어린 환자들은 너무나 괴로워했습니다. 저는 마치 지옥에 취직한 기분이었죠.”

이처럼 솔직한 저자의 목소리를 보수적인 의사 집단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김혜남씨는 서평을 통해 “저자는 초년병 의사인 인턴의 시각으로 우리나라 병원 사회를 여과 없이 그려냄으로써 의사와 환자의 간극을 좁히고자 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의사와 환자가 모두 병이라는 적과 싸우는 연합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의사의 길을 시작하는 인턴이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아가는 진솔한 현장기록이자 동시에 한 인간의 내면적 성장기록”이라면서 “의사는 어떻게 빚어지는지, 한 인간의 성장은
어떠한 감동과 아픔으로 점철되는지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홍순범씨는 “처음에는 의사에 대한 오해를 벗기고 싶어 책을 쓰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든 초년생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것이다.

“사회 초년생들은 모두 비밀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합니다. 제가 처음 인턴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무언가 시작하는 사람들의 내적 갈등과 고민은 보편적인 숙제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서울대 병원 인턴에 선발돼 오리엔테이션을 받던 날, 강당에는 ‘인턴, 잔치는 끝났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습니다. 정말 멋없죠. 인턴 생활 힘들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반대로 ‘인턴, 잔치는 시작이다’라는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심선혜 기자 fresh@chosun.com



by aquarius | 2009/01/12 14:04 | 기본 | 트랙백 | 덧글(0)

서울대병원홈페이지에 소개된 인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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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 인턴일기 


 



홍순범 신경정신과전문의가 의대생과 예비인턴의 필독서로서

서울대병원 인턴시절 겪었던 경험담 ‘인턴일기- 초보의사의
서울대병원 생존기’
를 최근 출간했다.



저자는 인턴시절 1년간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틈틈이 기록한

15권의 인턴수첩을 바탕으로 이 책을 출간했으며
서울대병원의 풍경과 한 의사로 성장해가는 얘기

그리고 의사에 대한 편견 및 의료체계의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현장감있게 다뤘다.


이 책은 인턴 잔치는 시작이다 등 총 1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년병 의사인 인턴의 시각으로
질병과 생명, 의사와 환자, 병원과 환자가족에 이르기까지
인턴이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아가는 과정을
솔직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글항아리 발간(T.031)-955-8897), 총 328쪽,


 


 

by aquarius | 2009/01/12 13:48 | 기본 | 트랙백 | 덧글(0)

책으로 출간된 어느 인턴의 일기장, 블로그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

책으로 출간된 어느 인턴의 일기장, 블로그의 미래도 여기에 있다.
의료와 사회 2008/12/22 13:03 http://blog.hani.co.kr/medicine/19763
... 나 자신이 기성 의사가 되기 전에 기록을 남겨놓고 싶었다. 또 기록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사실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었다. 글감을 포착하는 순간에 바로바로 글을 쓰면 현실을 가공할 틈이 줄 것 같았다. 때문에 인턴 수련을 받는 1년 내내 작은 수첩을 항시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러다가 인상 깊은 사건이나 상념을 맞닥뜨리면 단 몇 초의 여유라도 생길 때마다 짬짬이 메모를 휘갈겼다. ...

- '인턴일기' 정신과전문의 홍순범, 글항아리 출판

-일기를 쓰는 이유, 블로깅을 하는 이유
최근 어느 정신과 전문의가 자신의 인턴시절 일기장을 정리하여 '인턴일기'란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였다. 저자는 의과대학 4학년 때, 남들이 모두 지옥과 같은 고생길, 인생 끝났다고 하는 인턴생활을 들어가면서 그 1년의 삶을 일기로 적을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그때그때 수첩에 생생한 고민과 목격담을 적었고, 수년이 흘려 정신과 전문의 과정까지 마치고 이 책을 출간하겠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바쁜 병원생활 중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내가 블로깅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내 블로그를 찾아 주는 블로거들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며, 또한 먼 미래에 일기와 같은 지금 나의 글들이 나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해주는 마법거울과 같이 되지는 않을까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복잡한 생각과 상념들을 정리하는 노트이기도 하다.) 이 인턴의 일기에 빠져들며, 벌겋게 졸린 눈으로 당직실 구석에서 쪼그리고 노트를 끄적였을 인턴이 지금의 나와도 비슷하단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인턴일기.jpg
아래는 책을 읽으며 놓치기 아까운 부분을 옮겼다.

-인턴, 레지던트의 어원-
... 인턴은 1년 동안, 보통 한 달을 다뉭로 소속된 과를 바꿔 다니며 일한다. 그래서 인턴(intern)이란 이름 자체가 병원 안에서(in) 뱅뱅 돌며(turn) 일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비롯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와 반대로 레지던트(resident)란 이름은 각 과에 거주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비롯되지 않았겠는가. ...

-흡혈귀의 본능-
... 드디어 나도 경험하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인턴의 직업병 증상. 사람을 보면 팔과 손의 혈관 상태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동적으로 그랬다. 환자들뿐이 아이었다. '저 교수님 혈관 좋으시네.' 입맛을 다시게 되고 주사바늘을 꽂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흡혈귀가 되고 있었다. 더 황당한 일도 있다. 마땅한 혈관이 없는 환자를 한참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갑자기 굵고 싱싱한 혈관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달려들려는 순간, 그것은 내 팔과 손의 혈관이었다...

-중환자실, '지겹다'???-
... 아, 불쌍한 나의 3년차 선생님! 온종일 중환자실에 틀어박혀 옷이라곤 팬티 위에 헐렁한 수술실 복장 달랑 걸치고 ... 저녁은 며칠 주기로 쳇바퀴 도는 배달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구려! 그러다가 2개월에 하루 정도 퇴근해서 데이트하고 들어오곤 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만나러 나가는 분이나, 또 만나러 나오는 분이나.
그 입장을 생각해보았다. 간신히 한두 시간 눈 붙이고 있는데 다급히 깨운다. 꾸역꾸역 일어나 찌글찌글 잠에 취한 머리를 억지로 가동시켜 겨우 진료 방법을 궁리해 낸다. 그 때에는 지겹다는 생각이 떠오를 겨를조차 없다. 한숨 돌리고 다음 날 묵직한 일과 중에 불현듯 떠오르는 한마디. '지겹다.'
그것은 생리현상이었다. ... 나는 이해할 것 같았다. 그것은 더럽고 불쾌하게 볼 수도 있지만 또 귀하고 아름답게 볼 수도 있는 마음의 땀방울이었다. 퇴근해서 TV를 보는데 어느 연예인의 열애설 진상 ... 동화 속 이사한 나라에 온 것 같았다. 다른 세계, 사람들이 가볍게 둥둥 떠다니는 세계가 병원 밖에 있구나. ...

-일반외과, 부당청구=소신진료-
... 국가가 제한된 예산에 맞춰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처방을 한다고 해서 과연 의사가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지르는 걸까? 언론 보도를 통해 "부당 청구"라는 표현을 접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소신 진료" 팻말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문을 닫고 보니 반대편에는 "부당 청구" 팻말이 있는 격이니까. ...

-응급실, 엄마-
... '하지만 저렇게 상종하기 싫은 사람에게도 엄마가 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쉽게 잊는 사실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할 때 특히. ...

-지은이의 어린 시절에
...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프랑스에서 뛰놀며 스페인, 모로코, 알제리, 모리셔스, 사모아, 이란, 중국 등지 출신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행운을 누렸다. ... 프랑스에선 줄곧 아이디어가 좋다는 칭찬을 듣다가 우리 교실에선 너는 왜 교과서에 없는 질문을 하냐며 핀잔만 듣게... <끝>


인턴노트.jpg

-아는 만큼, 준비된 만큼 보인다.

겪어 본 일이라 그런가? 어느 과에서의 일인지 작은 제목만 봐도 내용이 대충은 짐작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일(job)이 아닌 사람(human)을 보는 지은이의 탁월한 따스함에 놀라웠다.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보인만큼 사랑할 수 있고 했던가!

요즘 만나는 의사들이나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에게 브로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멋 있고, 사진과 음악이 넘쳐나는 시간 많이 드는 블로깅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 나보다 적게 또는 많이 아는 사람들과 계급장 떼고 토론하기에 인터넷 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자신과 타인의 블로그를 댓글과 트랙백으로 오가며, 관전하는 이에게 검증을 받는다는 것은 때론 장편의 논문을 쓰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다듬어진 나와 네가 남는다면 이것 자체가 서로에 대한 봉사가 아닐까?
'Only a life lived for others is worth living.' :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삶만이 가치 있는 삶이다. -Alber Einstein(아인슈타인)

직장을 다니며 혼자 꾸준히 블로그를 유지하긴 많이 버겁다. 그래서인지 메타블로그, 연합블로그들이 그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새내기 의사들이나 의국에게도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인턴 동기들끼리 1년간 일기를 모으거나, 내과/외과 의국에서 그 과를 1년 동안 거쳐간 인턴들의 글을 모아서 작은 책을 만들어 선후배와 환자들과 함께 보아도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을 것 같다.

돈이 있는 자는 돈으로, 힘이 있는 자는 힘으로, 지혜가 있는 자는 지혜로 나를 포함한 서로, 우리를 위하여 작은 것을 함께 나눈다면 세상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우리의 일기와 블로그도 작지만 분명히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어느 인턴의 꼬깃꼬깃했던 수첩이 300여 page를 넘는 책으로 다시 태어난 '인턴일기'는 인간에 작은 애정과 관찰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 블로그의 미래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고맙다. 인턴일기야!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지고 있는 모든 블로그들도 Merry X-mas!'

by aquarius | 2008/12/22 22:17 | 기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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